“IPL이 뭐길래?”
                                                   
IPL은‘Intense Pulsed Light’의 약자로 엄밀히 말해서 레이저 (laser, light ampl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와는 다릅니다.

국내에 도입된 지는 10여 년이 되었는데 최신 레이저 장비가 개발되어도 꾸준히 이용될 만큼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개원가에서 IPL 장비를 한 대쯤은 구비해 놓는 것이 보통이고 심지어 미용업소에서 IPL을 불법으로 시술한다고 하니 좋은 의료기기인 것 만은 틀림 없습니다.

최근 IPL을 사용한 한의사가 고발되어 대법원에 계류 중인데, 한의약 정책관이 태양광의 이용을 명시한 황제내경을 근거로 한의사도 IPL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여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황제내경에는 ‘겨울철에 양생을 위해 잠자는 시간을 늘리고 햇빛을 쪼여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를 근거로 IPL이 자연광 치료에 해당되어 한의사도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은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IPL은 음향오행의 원리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양생을 위해 개발된 기기가 아닐 뿐 아니라 자연광의 9만 배 이상의 에너지를 인위적으로 조사하는 것으로 황제내경의 태양광과 전혀 다릅니다.

또한 최근 의료기기 가운데 일부를 미용기기로 분류하고 비의료인의 사용을 합법화하는 내용의 미용사 법안과 뷰티 산업 진흥법이 발의되었는데, 저주파-고주파 의료기기까지 미용기기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의사회가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주파 적외선-자외선 피부관리기의 경우 작동기전이 IPL과 매우 유사하여, IPL이 의료기기가 아닌 미용기기로 전환될 경우 의학적 지식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될 우려가 큽니다. 도대체 IPL이 뭐길래 여기저기서 앞다투어 사용하려 하는 걸까요?

IPL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단일한 파장의 레이저와는 달리 복합 파장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피부 병변을 치료하는 방식의 장비입니다.

Xenon gas를 충진시켜 고압을 흘렸을 때 나오는 복합 파장의 빛을 특수 필터로 걸러서 이용하는데 560~585nm, 650~700nm 파장대의 빛이 주로 치료에 응용됩니다. 특정한 파장의 빛이 피부 병변에 흡수되면 열로 변해서 파괴하는 원리입니다. 멜라닌 색소에 잘 흡수되는 파장의 필터를 선택하면 주근깨나 흑자 치료 외에도 제모에 이용할 수 있고 헤모글로빈에 잘 흡수되는 파장의 필터를 선택하면 안면홍조 및 혈관성 병변의 치료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론상으로는 모든 피부 병변을 치료할 수 있을 것 같고 작동 원리가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 임상에서 적용할 때에는 피부과 의사 입장에서는 신중을 기할 정도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개개인의 피부 특성과 병변의 피부 내에서의 위치를 고려해야 하고 과한 에너지를 조사할 경우에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주의를 요합니다. 다른 레이저 장비로 치료할 때 보다 부작용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 매우 유용하면서도 치료 시에 신경이 쓰이는 기기라 할 수 있습니다.